고정비는 소득의 몇 퍼센트까지가 안전할까
이번 달에 내 의지로 바꿀 수 없는 지출을 전부 더한다. 주거비, 관리비, 보험료, 대출 상환액, 보육비와 학원비, 통신비, 약정된 구독, 부모님 용돈. 그 합계를 월 실수령으로 나눈 값이 고정비 비율이다. 50~60% 정도면 예산에 쓸 만한 여유가 남고, 70%를 넘어가면 식비나 여가를 아무리 조여도 그 달을 구할 수 없다. 줄일 변동비 자체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거의 아무도 계산하지 않는 비율
가계부를 쓰는 사람도 항목별 금액은 알지만 고정비 비율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숫자 하나가 예산이 작동할지 여부를 거의 결정한다. 고정비는 이번 달에 내가 어떻게 해도 안 바뀌는 돈이고, 변동비는 결정으로 움직일 수 있는 돈이다. 이번 달에 무언가 잘못됐을 때 조정할 수 있는 건 변동비뿐이다. 그래서 고정비 비율이 높다는 건 예산에 대응 여력이 없다는 뜻이 된다. 지출 총액이 같아도 고정비가 50%인 집과 75%인 집은 완전히 다른 상황에 있고, 후자는 작은 사고 하나에 그달 전체가 흔들린다. 이 비율을 아는 것만으로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가 정해진다.
정직하게 계산하는 법
종이에 이번 달에 반드시 나가고 금액을 내가 못 정하는 것들을 적는다. 월세나 전세대출 이자, 관리비, 대출 상환액, 보험료, 통신비, 보육비와 학원비, 약정이 걸린 구독, 정기적으로 보내는 부모님 용돈. 여기서 정직함이 필요한 지점은 '못 정하는'의 해석이다. 이론적으로 해지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안 할 것들은 고정비로 센다. 이번 달에 안 바꿀 것이면 이번 달 계산에서는 고정비다. 나중에 구조를 바꿀 때 다시 분류하면 된다. 다 더해서 월 실수령으로 나눈다. 그 값이 지금 내 예산의 경직도이고, 몇 퍼센트인지보다 그 숫자를 아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하다.
애매한 항목을 어디에 넣을까
식비는 변동비다. 반드시 먹어야 하지만 금액은 내가 정한다. 다만 실질적인 바닥은 있으니 0으로 가정하지 않는다. 교통비는 갈린다. 정기권처럼 미리 결제한 부분은 고정비, 택시나 추가 주유는 변동비다. 대출의 최소 상환액은 고정비이고 추가로 더 갚는 금액은 변동비다. 저축은 고정비로 넣는 방법과 따로 빼는 방법이 있는데, 자동이체로 나가고 손대지 않기로 했다면 고정비로 넣는 게 실제 상황에 가깝다. 중요한 건 분류의 정답이 아니라 매달 같은 규칙을 쓰는 것이다. 규칙이 흔들리면 지난달과 비교할 수 없고, 비교할 수 없으면 나아지는지 알 수 없다.
나온 숫자를 읽는 법
50% 아래라면 예산에 상당한 여유가 있다. 무언가 잘못돼도 조정할 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50~60%는 대부분의 가구가 있는 자리이고 정상적으로 굴러간다. 60~70%는 빡빡하다. 예상 밖의 일이 생기면 저축이 멈추고, 그게 몇 달 이어지면 예산을 포기하게 된다. 70%를 넘으면 절약으로 해결되는 구간이 아니다. 남은 30% 안에 식비, 교통비, 의료비, 경조사비, 그리고 모든 예상 밖의 일이 들어가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안 들어간다. 이때 식비를 조이라고 조언하는 건 문제를 잘못 짚은 것이다. 고쳐야 하는 건 고정비의 구성이지 이번 주 장보기가 아니다.
비율이 높을 때 실제로 움직이는 것
고정비를 줄이는 방법은 적고, 대부분 시간이 걸린다. 주거 형태를 바꾸는 것이 가장 크고 가장 느리다. 계약 만료일에만 가능하므로 그 날짜를 미리 잡아둔다. 차를 없애거나 줄이는 것이 두 번째다. 대출은 조건 변경이 가능한지 각자 확인할 문제이고 여기서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통신비와 구독은 금액은 작지만 오늘 당장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항목이라 시작점으로 좋다. 그리고 분모 쪽, 즉 소득이 있다. 어느 쪽이든 공통점은 이번 달에 안 끝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계획이 필요하고, 계획에는 날짜가 있어야 한다. 날짜 없는 결심은 다음 갱신 때 또 갱신된다.
봉투로 바꾸는 법: 월급날에 한 번에 채운다
고정비는 월급이 들어온 날 한 번에 채운다. 남은 돈으로 변동비 봉투를 만들면, 그 순간부터 남은 금액이 진짜 쓸 수 있는 돈이 된다. 이 순서가 중요하다. 변동비를 먼저 쓰고 남은 걸로 고정비를 감당하려 하면 매달 말에 부족해진다. 고정비 봉투 하나에 다 넣어도 되고 항목별로 나눠도 되는데, 어차피 결정할 게 없는 돈이라 하나로 묶는 편이 화면이 깔끔하다. Envelope Budget에서는 고정비를 한 번에 배정하고 나면 나머지 봉투들이 실제 가용 금액 위에서 움직인다. 고정비 비율은 계산해서 봉투 메모에 적어두고, 계약이나 조건이 바뀔 때만 다시 계산한다.
자주 묻는 질문
식비는 고정비인가 변동비인가?
변동비다. 먹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금액은 내 결정으로 움직인다. 다만 계산할 때 0으로 가정하지 않는다. 실질적인 바닥이 있고, 그 바닥 아래로 내려간 예산은 며칠 안에 무너진다. 지난 석 달 최저 달의 금액 정도를 바닥으로 잡아두면 현실적이다. 고정비 비율을 계산하는 목적은 대응 여력을 재는 것이므로, 실제로 못 줄이는 부분을 변동비에 넣어 여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면 계산의 의미가 없어진다.
대출 상환액은 어디로 넣나?
최소 상환액은 고정비다. 안 내면 연체가 되므로 결정의 여지가 없다. 최소 이상으로 더 갚는 금액은 변동비이자 사실상 저축에 가깝다. 이번 달에 여유가 없으면 최소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부분을 나눠서 계산하면 고정비 비율이 실제 경직도를 정확히 보여준다. 전부 고정비로 넣으면 실제보다 더 갇혀 있는 것처럼 나오고, 전부 변동비로 넣으면 실제보다 여유 있어 보인다.
저축이나 연금 납입도 고정비인가?
자동이체로 나가고 손대지 않기로 했다면 실제 상황상 고정비로 넣는 게 맞다. 그 돈은 이번 달 지출 결정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고정비 비율을 낮춰 보이게 하려고 저축을 변동비로 분류하는 것과, 실제로 어려운 달에 저축을 멈출 생각인 것은 다르다. 후자라면 변동비가 맞다. 자기 실제 행동에 맞춰 분류하고, 그 분류를 매달 같게 유지한다.
이 예산을 폰에서 굴리기
Envelope Budget은 이 봉투들을 주머니에 넣어준다. 금액을 전부 배정하고, 쓸 때마다 기록하고, 실제로 얼마 남았는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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