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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써야 하나

집 수리비는 1년에 얼마를 모아둬야 할까

아파트에서 수선비는 두 지갑에서 나간다. 건물 공용 부분은 관리비 안의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이미 걷히고 있고, 세대 내부의 보일러·에어컨·도배·싱크대·누수는 전부 내 돈이다. 예산이 무너지는 쪽은 언제나 두 번째다. 남의 평균이나 집값 대비 비율 같은 어림 규칙 대신, 우리 집 주요 설비를 남은 수명과 교체 비용으로 적어 연간 적립액을 직접 계산하고 비정기 지출 봉투에 매달 넣는다.

공용 수선과 세대 수선은 다른 지갑이다

아파트 관리비 명세서에 장기수선충당금이라는 줄이 있다. 이건 건물의 공용 부분, 즉 외벽, 승강기, 옥상 방수, 배관 같은 것을 나중에 고치기 위해 매달 적립되는 돈이다. 그 줄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오해 하나가 정리된다. 그 돈이 우리 집 보일러를 고쳐주지는 않는다는 오해다. 세대 내부의 보일러, 에어컨, 도배와 장판, 싱크대, 화장실 실리콘, 누수와 곰팡이는 전부 세대 부담이고, 세입자라면 계약서와 관례에 따라 부담 주체가 갈린다. 그래서 자가든 임차든 첫 작업은 같다. 내가 내야 하는 항목이 무엇인지 목록으로 만든다. 목록이 없으면 매번 처음 겪는 일이 된다.

어림 규칙 대신 설비 목록으로 계산한다

집값의 몇 퍼센트 같은 규칙은 다른 나라의 주택 구조에서 나온 어림값이고, 여기서는 계산의 근거로 쓰지 않는다. 대신 종이 한 장에 표를 만든다. 왼쪽에 우리 집 주요 설비를 적는다. 보일러,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인덕션이나 가스레인지, 도배와 장판, 싱크대, 창호. 가운데에 설치한 지 몇 년 됐는지, 오른쪽에 교체하면 대략 얼마인지를 적는다. 금액은 인터넷 평균이 아니라 실제로 견적을 받아본 값이나 최근에 교체한 지인의 실제 금액을 쓴다. 각 항목의 교체 비용을 남은 예상 수명으로 나눠서 다 더하면, 그게 1년에 쌓아야 할 금액이다. 추정이지만 내 집을 보고 만든 추정이다.

두 번째 줄은 잔손질이다

큰 설비 교체 말고, 매년 조금씩 나가는 돈이 따로 있다. 형광등과 LED 교체, 문고리, 수전, 실리콘 재시공, 방충망, 배수구 막힘, 도어록 배터리, 필터 교체. 하나하나는 작아서 기록에 안 남고 그냥 생활비에서 새어나간다. 이 줄은 추정하기 쉽다. 지난 1년 결제 내역에서 철물점, 인테리어 자재, 설비 기사 결제를 훑어 더하면 된다. 큰 설비 적립액과 이 잔손질 금액을 합친 것이 집이 매달 요구하는 돈이다. 두 가지를 한 봉투에 넣어도 되고 나눠도 되는데, 나누면 큰 교체를 위해 쌓인 돈이 잔손질로 조금씩 사라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금액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들

집이 오래될수록, 그리고 설비가 한꺼번에 설치됐을수록 위험이 커진다. 준공 이십 년이 넘은 집은 보일러와 배관과 창호가 비슷한 시기에 수명을 다하기 때문에 어느 해에 몰려서 온다. 반대로 최근에 전체 수리를 마친 집은 몇 년간 조용하다. 임차 중이라면 대부분의 큰 교체는 집주인 몫이지만, 소모품과 경미한 수선은 대체로 사용자 부담이라 계약서를 확인해두면 다툼이 줄어든다. 손재주가 있어 직접 하는 사람은 자재비만 들지만 시간이 든다. 그리고 결정적인 변수 하나가 더 있다. 미루면 싸지지 않는다. 누수와 곰팡이는 방치할수록 견적이 커지는 몇 안 되는 항목이다.

이번 주에 할 것

비정기 지출 봉투를 하나 새로 만들고 이름을 '세대 수선'으로 붙인다. 위에서 계산한 연간 금액을 12로 나눠 매달 넣는다. 그리고 봉투 메모에 설비 목록과 각각의 설치 연도를 적어둔다. 이 메모가 나중에 견적을 받을 때 그대로 근거가 된다. 이 봉투를 주거비나 생활비와 반드시 분리한다. 그래야 아무 일도 없던 해에 잔액이 쌓이는 게 눈에 보이고, 그 잔액이 다음 교체를 감당한다. Envelope Budget에서는 이 봉투에 저축 목표를 걸어 진행률을 볼 수 있고, 홈 화면 위젯에 올려두면 잔액이 매일 보인다. 보일러가 죽는 날은 반드시 오고, 그날 이 봉투가 있느냐만 다르다.

자주 묻는 질문

장기수선충당금을 내고 있으면 따로 모을 필요 없지 않나?

다르다. 장기수선충당금은 건물 공용 부분을 위한 적립이고, 우리 집 안쪽 보일러나 도배는 거기서 나오지 않는다. 두 지갑을 하나로 착각하면 세대 수선이 올 때마다 예산 밖의 사건이 된다. 참고로 임차인이 부담한 장기수선충당금의 정산 관행은 계약과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그건 계약서와 관리사무소에서 확인할 문제이지 여기서 규정할 내용이 아니다. 예산 쪽 결론은 단순하다. 세대 내부용 봉투는 별도로 둔다.

전세나 월세로 살아도 수선비 봉투가 필요한가?

규모는 훨씬 작지만 필요하다. 큰 설비 교체는 대체로 임대인 부담이어도, 소모품과 경미한 수선, 그리고 퇴거 시 원상복구 관련 비용은 세입자 쪽에서 나가는 경우가 있다. 무엇이 누구 부담인지는 계약서에 적힌 대로이니 계약서를 먼저 본다. 예산에서는 잔손질용으로 작은 봉투 하나만 두면 충분하고, 대신 이사 관련 비용은 별도의 비정기 지출 봉투로 관리한다. 성격이 다른 돈이다.

수리비는 예비비에서 꺼내면 안 되나?

예비비는 예상하지 못한 일을 위한 돈이다. 보일러가 십오 년 됐다는 건 예상하지 못한 일이 아니라 아직 안 온 일이다. 예측 가능한 지출을 예비비로 처리하면 예비비가 늘 비어 있게 되고, 정말 예상 밖의 일이 왔을 때 카드로 넘어간다. 그래서 봉투를 나눈다. 예상되는 교체는 비정기 지출 봉투에 미리 쌓고, 예비비는 이름 붙일 수 없는 일을 위해 손대지 않고 둔다.

이 예산을 폰에서 굴리기

Envelope Budget은 이 봉투들을 주머니에 넣어준다. 금액을 전부 배정하고, 쓸 때마다 기록하고, 실제로 얼마 남았는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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