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와 예산은 실제로 효과가 있나
항목별 예산이 지출을 줄여준다는 단순한 결론은 근거가 뒷받침하지 않는다. 1996년 연구는 항목별 예산이 과소비와 과소지출을 동시에 만들어낸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2012년 연구는 사람들이 일상적인 지출은 비교적 정확하게 예산에 잡으면서도 예외적인 지출은 총액을 과소평가하고 개별 건마다 초과 지출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예산이 실패하는 지점은 절제가 아니라 예외 항목의 추정이다.
예산은 양방향으로 작동한다
예산을 세우면 지출이 줄어든다는 통념은 절반만 맞다. 1996년 소비자연구저널 연구는 항목별 예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사람들은 항목마다 금액을 정하고 그에 맞춰 지출을 추적한다. 문제는 예산을 세우는 시점에 앞으로 어떤 소비 기회가 올지 완전히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떤 항목에는 필요보다 많이, 다른 항목에는 적게 배정하게 되고, 그 결과 그 항목에서 과소비하거나 반대로 필요한 소비를 못 하게 된다. 이 효과는 해당 항목의 전형적인 구매일수록 크게 나타났다. 예산의 효과는 방향이 아니라 정확도의 문제라는 뜻이다.
진짜 구멍은 예외적 지출이다
2012년 소비자연구저널 연구는 예산이 어디서 무너지는지를 더 정확히 짚는다. 사람들은 매달 반복되는 일상적 지출은 비교적 정확하게 예산에 잡는다. 그런데 예외적인 지출에서는 두 가지 오류가 동시에 일어난다. 전체 합계를 과소평가하고, 개별 건마다 예상보다 많이 쓴다. 원인으로 제시된 것은 분류 방식이다. 예외적인 지출을 하나의 묶음으로 보지 않고 각각을 일회성 사건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여러 건이 쌓여 만들어내는 총액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저자들은 이런 지출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보게 하면 지출 성향이 줄어든다고 제안했다.
이 발견이 비정기 지출 봉투의 근거다
예외적 지출을 하나로 묶어 보게 만드는 장치가 바로 비정기 지출 봉투다. 경조사비, 명절, 자동차 관련 세금, 보험 연납, 가전 교체, 여행. 각각을 따로 보면 전부 이번 한 번뿐인 일처럼 느껴지지만, 1년치를 한 봉투에 모으면 상당한 금액이 된다. 방법은 단순하다. 지난 1년 계좌 내역에서 매달 나가지 않은 지출을 전부 뽑아 더하고 12로 나눈다. 그 금액을 매달 하나의 봉투에 넣는다. 이 작업의 효과는 돈보다 인식에 있다. 예외가 사실은 규칙적이었다는 걸 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예산은 효과가 있나
근거에 충실하게 답하면 이렇다. 예산은 지출을 자동으로 줄여주는 장치가 아니라, 지출을 어디에 배분할지 미리 결정하게 만드는 장치다. 배정이 실제와 가까울수록 잘 작동하고, 멀수록 과소비와 과소지출을 동시에 만든다. 그러니 예산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의지가 아니라 추정의 정확도이며, 정확도를 가장 크게 떨어뜨리는 항목이 예외적 지출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예산을 잘한다는 건 덜 쓰는 게 아니라, 자기 지출의 실제 모양을 정확히 아는 것에 가깝다.
이 연구를 읽을 때 조심할 것
두 연구 모두 해외 표본이고 상당 부분이 실험실 조건이다. 그리고 두 연구 어느 쪽도 봉투 예산 앱을 시험하지 않았다. 여기서 가져오는 것은 특정 도구의 효과가 아니라 예산이라는 행위의 작동 방식이다. 한국 가계에 적용할 때 특히 중요한 부분은 예외적 지출의 목록이 다르다는 점이다. 경조사비와 명절 지출처럼 금액이 크고 사회적으로 미루기 어려운 항목이 여기에 들어가고, 이 항목들은 해외 연구의 예시 목록에는 없다. 목록은 각자 자기 계좌 내역에서 만드는 게 맞다.
출처
아래 출처는 전부 직접 찾아 확인했다. 원문이 말하는 그대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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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al Budgeting and Consumer Decisions
—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1996
소비자는 지출 항목별 예산을 세우고 그에 맞춰 추적하지만, 예산이 미래의 소비 기회를 완전히 예측할 수 없어 특정 항목에 과다 또는 과소 배정하게 되고 그 결과 해당 항목에서 과소비 또는 과소지출이 발생한다. 효과는 해당 항목의 전형적인 구매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
The Exception Is the Rule: Underestimating and Overspending on Exceptional Expenses
—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2012
사람들은 일상적 지출은 비교적 정확하게 예산에 반영하는 반면 예외적 지출은 전체 합계를 과소평가하고 개별 건마다 초과 지출한다. 저자들은 예외적 지출을 각각 별개의 사건으로 분류하는 것이 원인이며, 이를 하나의 범주로 묶어 보게 하면 지출 성향이 줄어든다고 제안했다.
자주 묻는 질문
예산을 세우면 돈이 덜 나가나요?
자동으로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인용한 1996년 연구는 항목별 예산이 과소비와 과소지출을 동시에 만들어낸다고 보고했다. 배정 금액이 실제보다 많으면 그 항목에서 더 쓰고, 적으면 필요한 지출을 미루게 된다. 그러니 예산의 효과는 금액을 얼마나 실제에 가깝게 잡느냐에 달려 있다. 처음 세운 금액이 틀리는 건 정상이고, 두세 달 지나 실제 지출로 고쳐 나가는 과정이 예산의 본체에 가깝다.
매달 예산이 어긋나는데 제가 문제인가요?
대개는 추정의 문제다. 2012년 연구는 사람들이 일상적 지출은 비교적 정확하게 잡으면서 예외적 지출은 총액을 과소평가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매달 어긋나는데 일상 항목은 대체로 맞는다면, 빠진 것은 절제가 아니라 예외 항목이다. 지난 1년 계좌 내역에서 매달 나가지 않은 지출을 전부 뽑아 12로 나눠보면 그 금액이 나온다. 그 금액을 봉투 하나로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큰 수정이다.
봉투를 잘게 나눌수록 정확해지나요?
반대일 수 있다. 항목이 늘어날수록 각 항목의 추정 오차가 늘어나고, 인용된 연구의 논리대로라면 과소비와 과소지출이 동시에 증가한다. 그리고 실무적으로는 관리 부담이 커져서 유지 자체가 어려워진다. 손이 가는 변동 봉투는 서너 개로 유지하고, 금액이 매달 같은 항목은 고정 봉투로 묶어두는 편이 대체로 오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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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velope Budget은 이 봉투들을 주머니에 넣어준다. 금액을 전부 배정하고, 쓸 때마다 기록하고, 실제로 얼마 남았는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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