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통장을 합치는 것과 따로 두는 것
이 주제에는 드물게 무작위 배정 실험이 있다. 2023년 소비자연구저널에 실린 연구는 처음에 모두 개별 계좌를 쓰던 약혼·신혼 부부 230쌍을 공동 계좌로 합치는 집단, 개별 계좌를 유지하는 집단, 스스로 선택하는 집단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결혼 첫 2년 동안 개별 계좌 집단과 개입 없는 집단은 관계 만족도가 통상적인 하락 경로를 따랐지만, 공동 계좌를 배정받은 집단은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한국에서 흔한 방식은 이 두 조건 어디에도 없다.
실험이 실제로 한 일
돈 관리 방식과 관계의 관계를 다룬 연구는 많지만 대부분 상관관계다. 사이가 좋은 부부가 통장을 합치는 것인지, 통장을 합쳐서 사이가 좋아지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된다. 2023년 연구는 그 문제를 무작위 배정으로 해결했다. 처음에 모두 개별 계좌를 쓰던 약혼 또는 신혼 부부 230쌍을 세 조건에 무작위로 나눴다. 공동 계좌로 합치기, 개별 계좌 유지, 그리고 스스로 선택하기. 그리고 결혼 첫 2년에 걸쳐 여섯 차례 측정했다. 그 결과 개별 계좌 조건과 개입 없는 조건은 관계 만족도가 통상적으로 관찰되는 하락 경로를 그린 반면, 공동 계좌 조건은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의 방식은 실험 조건에 없었다
이 연구를 한국 부부에게 그대로 옮기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한국에서 흔한 형태는 완전한 공동 계좌도, 완전한 개별 계좌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전체를 관리하면서 공동 생활비 통장을 따로 두고 각자 개인 계좌를 유지하는 방식이 널리 쓰인다. 이건 실험에서 시험한 두 조건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 연구가 한국식 방식이 더 낫다거나 더 못하다고 말해주지는 않는다. 이런 간극을 밝히지 않고 결과만 옮기면 실제로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검증된 것처럼 만들게 된다.
그래도 가져올 수 있는 것
실험 조건이 다르더라도 연구자들이 제시한 설명은 참고할 값어치가 있다. 논문은 공동 계좌 조건의 효과를 세 가지로 설명한다. 재무 관리 방식에 대한 만족도, 재무 목표의 정렬, 그리고 서로를 하나의 단위로 보는 규범의 강화다. 세 가지 모두 계좌 개수가 아니라 무엇을 함께 결정하느냐에 관한 이야기다. 한국식으로 생활비 통장을 운영하더라도, 목표를 같이 정하고 지출 기준을 같이 세우면 같은 요소를 만들 수 있다. 반대로 통장을 하나로 합쳐놓고 한 사람만 들여다본다면 그 요소는 생기지 않는다.
봉투는 통장 개수와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봉투 예산의 관점에서 중요한 건 계좌가 몇 개냐가 아니라 모든 돈에 이름이 붙어 있느냐다. 통장을 합치든 따로 두든, 공동 지출은 공동 봉투에서 나가고 개인 지출은 각자 용돈 봉투에서 나가면 구조는 같아진다. 실제로 이 방식이 갈등을 줄이는 지점이 하나 있다. 각자 용돈 봉투가 존재하면 그 안에서 쓴 돈은 서로 설명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설명이 필요한 지출의 범위가 줄어들면 돈 대화의 빈도가 줄고, 남는 대화는 봉투 금액을 정하는 대화가 된다. 그건 훨씬 다루기 쉬운 종류의 대화다.
이 연구를 읽을 때 조심할 것
표본은 미국의 약혼 또는 신혼 부부 230쌍이고 관찰 기간은 결혼 첫 2년이다. 결혼 10년 차 부부나 소득 구조가 크게 다른 부부에게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참가자 전원이 처음에 개별 계좌를 쓰고 있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미 오래 합쳐서 살아온 부부를 다시 나누는 실험이 아니다. 그러니 이 결과는 새로 시작하는 부부가 방식을 정할 때 참고할 근거이지, 지금 방식을 바꾸라는 권고로 읽을 자료는 아니다.
출처
아래 출처는 전부 직접 찾아 확인했다. 원문이 말하는 그대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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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on Cents: Bank Account Structure and Couples' Relationship Dynamics
—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2023
모두 개별 계좌로 시작한 약혼·신혼 부부 230쌍을 공동 계좌 합치기, 개별 계좌 유지, 자율 선택 조건에 무작위 배정하고 여섯 차례에 걸쳐 추적했다. 개별 계좌 조건과 개입 없는 조건의 부부는 결혼 첫 2년 동안 관계 만족도가 통상적으로 관찰되는 하락 경로를 보인 반면, 공동 계좌로 배정된 부부는 높은 관계 만족도를 유지했다. 저자들은 재무 관리 만족도, 재무 목표의 정렬, 공동체적 규범을 경로로 제시했다.
자주 묻는 질문
통장을 합치면 관계가 좋아지나요?
인용한 실험에서는 공동 계좌로 배정된 신혼부부 집단이 결혼 첫 2년 동안 관계 만족도를 유지했고, 개별 계좌 집단은 통상적인 하락 경로를 따랐다. 다만 표본은 미국의 약혼·신혼 부부 230쌍이고 모두 처음에 개별 계좌를 쓰던 사람들이다. 다른 단계의 부부나 다른 문화권에서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한국에서 흔한 생활비 통장 방식은 실험 조건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생활비 통장 하나만 공동으로 두는 방식은 어떤가요?
이 실험은 그 방식을 시험하지 않았으므로 연구를 근거로 평가할 수 없다. 다만 논문이 제시한 설명은 참고할 수 있다. 효과의 경로로 제시된 것은 재무 관리 만족도, 목표의 정렬, 공동 규범이었다. 세 가지 모두 계좌 구조보다 함께 결정하는 범위에 관한 것이다. 생활비 통장 방식을 쓰더라도 목표를 같이 정하고 봉투 금액을 같이 결정하면 그 요소를 만들 수 있다.
각자 용돈 봉투는 꼭 있어야 하나요?
실험이 검증한 항목은 아니지만 실무적으로는 권할 만하다. 개인 지출을 위한 봉투가 없으면 모든 소비가 공동 자금에서 나가게 되고, 그때부터 사소한 지출까지 설명이 필요해진다. 설명이 필요한 지출의 범위가 넓을수록 돈 대화가 잦아지고 마모된다. 금액은 작아도 된다. 중요한 건 그 봉투가 존재하고, 그 안에서 쓴 돈은 서로 묻지 않기로 합의돼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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