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경비는 1년에 얼마를 잡아야 할까
여행비는 소득의 몇 퍼센트로 정하는 항목이 아니다. 앞으로 열두 달 안에 실제로 갈 여행을 적고, 각각을 이동, 숙박, 집에서 쓸 금액을 넘는 식비, 현지 활동과 교통 네 가지로 견적 내서 다 더한 다음, 첫 여행까지 남은 개월 수로 나눈다. 그 금액이 매달 넣을 돈이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면 실수령의 5% 정도를 임시 상한으로 두되, 그건 채워야 할 목표가 아니라 넘지 않을 선이다.
퍼센트가 맞지 않는 이유
다른 항목은 매달 반복되기 때문에 비율로 관리하는 게 자연스럽다. 여행은 그렇지 않다. 어떤 해에는 한 번도 안 가고, 어떤 해에는 큰 여행이 하나 있다. 그래서 소득의 몇 퍼센트라는 접근은 두 방향으로 다 틀린다. 안 가는 해에는 그 돈이 목적 없이 쌓이다가 다른 데로 흘러가고, 큰 여행이 있는 해에는 턱없이 모자라 카드로 넘어간다. 여행비는 비율이 아니라 계획에서 나온다. 갈 곳과 시기가 정해지면 금액도 정해지고, 남은 개월로 나누면 매달 넣을 돈이 나온다. 계획이 없으면 금액도 없는 게 맞다. 그때는 그냥 안 넣거나 임시 상한만 둔다.
여행마다 견적 낼 네 가지
각 여행을 네 줄로 쪼갠다. 첫째, 이동. 항공권이나 기차, 그리고 공항까지 가는 비용과 주차까지 포함한다. 둘째, 숙박. 세금과 수수료를 포함한 총액으로 본다. 셋째, 식비인데 여기서 중요한 건 전액이 아니라 집에서 썼을 금액을 넘는 부분이다. 여행을 안 가도 밥은 먹으니 그 차액만이 여행이 만든 추가 비용이다. 넷째, 현지 활동과 교통, 입장료, 그리고 선물이다. 이 네 줄을 각각 적으면 견적이 정확해지고, 무엇보다 어디를 줄일지가 보인다. 총액 하나로 잡으면 줄일 곳을 못 찾고 그냥 안 가는 결정만 남는다.
총액을 월 금액으로 바꾼다
열두 달 안에 갈 여행들의 견적을 다 더한다. 그리고 가장 먼저 오는 여행까지 남은 개월 수로 나눈다. 두 번째 여행이 그보다 뒤라면 그 여행의 몫은 남은 기간에 계속 쌓이므로 자동으로 맞춰진다. 나온 금액이 다른 봉투를 밀어낼 만큼 크다면 그 자체가 정보다. 여행을 줄이든, 시기를 미루든, 다른 봉투에서 옮겨오든 결정을 지금 한다. 출발 두 주 전에 하는 것보다 여섯 달 전에 하는 편이 선택지가 훨씬 많다. 항공권과 숙소 가격도 대체로 그렇다. 이 계산의 실질적인 효과는 결정을 앞당기는 데 있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을 때
갈 곳은 아직 모르지만 올해 어딘가는 가고 싶다면, 실수령의 5% 정도를 임시 상한으로 두고 봉투에 쌓는다. 이건 채워야 할 목표가 아니라 넘지 않을 선이다. 계획이 잡히면 그때 위의 네 줄로 견적을 내서 정식 목표로 바꾼다. 이 임시 봉투가 유용한 이유는 갑자기 기회가 생겼을 때 이미 얼마가 있는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봉투가 없으면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카드로 결제하고 몇 달 동안 갚는다. 같은 여행인데 비용이 달라진다. 미리 쌓은 돈으로 가는 여행과 나중에 갚는 여행의 차이가 이 봉투 하나다.
7월 여행이 10월의 빚이 되는 과정
가장 흔한 실패 패턴은 이렇다. 여행을 결정하고 항공권을 카드로 결제한다. 숙소도 카드다. 현지에서 쓴 돈도 카드다. 돌아와서 다음 달 결제일에 총액을 보고, 그중 일부를 할부로 넘긴다. 그 할부가 몇 달 동안 매달 나가면서 그동안의 다른 봉투를 조금씩 압박한다. 여행은 사흘이었는데 비용은 넉 달에 걸쳐 나간다. 이 패턴의 문제는 금액이 아니라 순서다. 같은 여행을 미리 쌓은 돈으로 가면 돌아와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여행 자체를 줄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불 시점을 여행 앞으로 옮기자는 이야기다.
오늘 할 것
종이에 앞으로 열두 달 안에 갈 여행을 적는다. 명절 귀성처럼 반드시 가는 것도 포함한다. 각각을 네 줄로 견적 내고 총액을 만든 뒤 첫 여행까지 남은 개월로 나눈다. 그 금액을 여행 봉투에 매달 넣고, 봉투에 목표 금액과 출발일을 건다. Envelope Budget에서는 목표와 기한을 넣으면 매달 필요한 금액이 계산되고 진행률이 보인다. 비전 보드에 여행지 이미지를 올려두면 목표가 숫자가 아니라 장면으로 남는다. 그리고 출발 전에 봉투에 있는 금액이 곧 그 여행의 예산이다. 그 이상은 안 쓴다.
자주 묻는 질문
여행비는 저축에서 꺼내나, 별도 봉투가 나은가?
별도 봉투가 낫다. 저축과 섞여 있으면 여행 결제가 저축을 헐고, 그러면 저축은 사실 임시 보관소일 뿐이다. 이름 붙은 봉투에 있으면 그 돈은 처음부터 여행 몫이었으므로 쓸 때 아무 갈등이 없고, 저축은 저축대로 유지된다. 비상금과도 반드시 분리한다. 비상금이 여행 자금으로 쓰이면 정작 필요할 때 없다. 봉투를 나누는 목적이 바로 이런 잠식을 막는 것이다.
날짜가 아직 안 정해진 여행은 어떻게 잡나?
대략의 시기와 예상 금액으로 시작한다. 여름쯤, 대략 이 정도. 남은 개월로 나눠 넣기 시작하고, 계획이 구체화되면 그때 금액과 기한을 수정한다. 이렇게 하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준비를 미루는 상황이 없어진다. 오히려 이미 쌓인 금액이 어디로 갈지, 언제 갈지를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 예산이 계획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예산이 계획을 만드는 경우가 여행에서는 자주 있다.
명절 귀성이나 가족 방문도 여행인가?
봉투는 나누는 편이 낫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행은 갈지 말지를 정할 수 있지만 명절 귀성은 대체로 정해져 있고, 교통비 외에 선물이나 용돈 같은 다른 줄이 붙는다. 그래서 명절은 별도의 비정기 지출 봉투로 관리하고, 여행 봉투는 선택 가능한 여행만 담는다. 두 개를 섞으면 여행 봉투가 늘 부족해 보이고, 실제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어디인지 흐려진다.
이 예산을 폰에서 굴리기
Envelope Budget은 이 봉투들을 주머니에 넣어준다. 금액을 전부 배정하고, 쓸 때마다 기록하고, 실제로 얼마 남았는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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