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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관리법

카케이보, 그리고 우리가 이미 쓰던 가계부

카케이보는 일본식 가계부다. 한국 독자에게 이걸 낯선 신문물처럼 소개하는 건 이상하다. 우리에게도 손으로 쓰는 가계부 전통이 오래 있었고, 실제로 겹치는 부분이 대부분이다. 카케이보가 더하는 건 세 가지다. 저축을 월초에 먼저 빼는 순서, 남은 돈을 네 갈래로 나누는 분류, 그리고 월말에 반드시 답하는 네 개의 질문. 이 페이지는 그 셋만 떼어내서 한국 가계부 위에 얹는 방법으로 다룬다.

먼저, 이건 새로운 물건이 아니다

카케이보를 일본에서 건너온 새로운 방법처럼 소개하는 글이 많은데, 한국 독자에게는 그 프레임이 잘 맞지 않는다. 손으로 쓰는 가계부는 한국에서도 오래된 관습이고, 월초에 계획을 세우고 매일 지출을 적고 월말에 결산하는 흐름은 우리가 이미 아는 흐름이다. 카케이보라는 말 자체도 가계부와 같은 한자에서 왔다. 그러니 이 페이지는 처음부터 소개하는 대신 비교하는 방식으로 간다. 이미 가계부를 써봤다면 겹치는 부분은 건너뛰고, 카케이보가 실제로 다르게 하는 세 가지만 가져가면 된다. 저축을 먼저 빼는 순서, 네 갈래 분류, 그리고 월말의 네 질문이다. 이 셋은 기존에 쓰던 가계부를 버리지 않고도 그대로 얹을 수 있다. 반대로 가계부를 한 번도 안 써봤다면 카케이보의 네 갈래 분류부터 시작하는 게 열 개짜리 분류로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 넷은 외울 수 있고, 열은 못 외운다.

월초 세팅과 저축을 먼저 빼는 순서

카케이보는 달이 시작되기 전에 쓰는 한 페이지에서 출발한다. 이번 달 들어올 수입을 적는다. 움직일 수 없는 고정비를 뺀다. 주거비, 관리비, 보험료, 교통, 최소 상환액, 유지하기로 결정한 정기 결제. 한국이라면 여기에 결제일에 빠질 카드대금을 더한다. 그다음이 핵심인데, 저축 금액을 여기서 정하고 지금 바로 빼낸다. 월말에 남는 걸 저축하지 않는다. 한국식 가계부는 전통적으로 이 순서가 반대인 경우가 많다. 다 쓰고 남으면 넣는 방식이다. 그래서 이미 가계부를 오래 써온 사람에게 카케이보가 주는 실질적인 변화는 대개 분류가 아니라 이 순서 하나다. 월급날 저축부터 빼고 시작하는 것. 이 한 줄이 다른 무엇보다 저축 잔액을 많이 바꾼다.

네 갈래 분류

남은 돈을 넷으로 나눈다. 생존은 계속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다. 식비, 약값, 출퇴근 교통비, 생필품. 선택은 내가 고른 것이다. 외식과 배달, 술자리, 꼭 필요하지 않은 쇼핑. 문화는 책, 영화, 공연, 전시, 배우는 것. 예상 밖은 불규칙하게 터지는 것이다. 수리비, 경조사비, 병원비, 아이 학교에서 갑자기 오는 청구. 한국 가계부에서 흔히 쓰는 분류와 비교하면 문화가 별도로 떨어져 있다는 게 가장 눈에 띄는 차이다. 이건 통제하기 위한 분류가 아니라 내가 무엇에 돈을 쓰고 있는지 보기 위한 분류에 가깝다. 예상 밖 항목은 한국 상황에서 특히 유용한데, 경조사비와 명절 지출이 정확히 이 성격이기 때문이다. 매년 확실히 오지만 매달은 오지 않고, 금액도 미리 알 수 없다.

손으로 쓰는 기록과 월말의 네 질문

카케이보는 지출을 그날 손으로 공책에 적는 것을 전제한다. 그 마찰은 의도된 것이다. 금액을 천천히 쓰는 일은, 이번 주에 이미 적어둔 다른 금액들 옆에 나란히 쓰는 일은, 3주 뒤에 읽는 명세서에 조용히 찍히는 것과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달이 끝나면 네 질문에 글로 답한다. 얼마가 있었나. 얼마를 저축했나. 얼마를 썼나. 다음 달에는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 네 질문이 카케이보를 단순한 분류 체계와 갈라놓는 부분이다. 한국 가계부에도 월말 결산이 있지만 대개 숫자만 맞추고 끝나고, 마지막 질문에 글로 답하는 습관은 흔치 않다. 그 한 줄이 다음 달을 바꾼다. 답이 길 필요도 없다. 무엇을 하나 줄일지만 적으면 된다.

누구에게 맞고 누구에게 안 맞나

구조적으로가 아니라 충동적으로 쓰는 사람에게 맞는다. 갖고 싶다는 마음과 그걸 적는 행위 사이의 간격에서 이 방법이 일한다. 글 쓰는 걸 좋아하고 이미 다이어리나 플래너를 쓰는 사람, 화면보다 종이에서 생각이 정리되는 사람에게 맞는다. 반대로 매일 쓰지 않을 사람에게는 안 맞는다. 손기록 없는 카케이보는 카케이보가 아니라 그냥 네 항목짜리 예산이고, 한 주만 건너뛰어도 그달 숫자는 무너진다. 자동으로 채워줄 연동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함께 사는 가구에 약하다. 가방 안의 공책 한 권으로는 두 사람이 두 곳에서 쓰는 돈을 담을 수 없다. 카드 결제가 대부분인 생활에서도 손기록만으로는 결제일 시차를 못 따라간다. 이 두 경우는 종이를 고집하기보다 직접 입력식 앱으로 옮기는 편이 낫다.

카케이보를 봉투로 옮기기

네 갈래는 부모 봉투 넷이 된다. 생존, 선택, 문화, 그리고 저축 봉투 하나가 월말이 아니라 소득이 들어온 날 가장 먼저 채워진다. 예상 밖 항목은 매달 초기화하는 대신 달을 넘겨 잔액을 이월하는 비정기 지출 봉투로 두는 게 낫다. 그 항목의 존재 이유가 어떤 달은 손도 안 대고 어떤 달은 크게 흡수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여기에 경조사비와 명절을 넣으면 정확히 들어맞는다. 손기록의 마찰을 유지하고 싶다면 직접 입력식 앱이 그 멈춤을 그대로 보존한다. 우리 iOS 앱 Envelope Budget이 자동 연동 없이 직접 입력만 받는 이유가 그것이다. 공책이 지출 현장에 없어서 종이를 접었던 사람에게는 이쪽이 답일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카케이보는 꼭 종이 공책으로 해야 하나요?

손으로 쓰는 행위가 실제로 일을 하고 있으므로 한 달은 종이로 해보길 권한다. 다만 진짜 중요한 건 멈춤이다. 지출 하나하나를 내가 직접, 벌어진 시점과 가깝게 기록하는 것. 앱에서의 직접 입력도 그 멈춤을 보존한다. 자동으로 끌어오는 연동은 보존하지 못한다. 한국처럼 카드 결제가 대부분인 환경에서는 오히려 직접 입력 쪽이 결제일 시차를 다루기에 낫다.

생존과 선택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생존은 빠듯한 달에도 여전히 살 것이다. 식비, 약, 출퇴근, 기본 생필품. 선택은 가장 먼저 뺄 것이다. 외식, 배달, 술자리, 아직 필요하지 않은 옷. 기준은 그게 즐거웠느냐가 아니라 없앨 수 있느냐다. 애매한 항목은 한 번 정해서 적어두고 계속 같은 자리에 넣는다. 매달 분류가 움직이면 비교가 불가능해진다.

예상 밖 지출은 카케이보에서 어떻게 다루나요?

네 번째 분류가 정확히 그 용도로 있고, 카케이보가 첫 사고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다. 이 봉투는 달마다 0으로 초기화하지 않고 잔액을 이월한다. 조용한 달이 시끄러운 달을 미리 채워주는 구조다. 한국이라면 여기에 경조사비, 명절, 자동차 관련 비용, 병원비를 넣는다. 매년 오는 것이 확실한데 매달 오지는 않는 지출이 전부 이 자리다.

한국 가계부를 쓰고 있는데 카케이보로 바꿔야 하나요?

바꿀 필요는 없고 세 가지만 얹으면 된다. 저축을 월말이 아니라 소득이 들어온 날 먼저 빼는 순서, 문화 항목을 따로 떼어 보는 분류, 그리고 월말에 다음 달에 무엇을 바꿀지 한 줄로 적는 습관. 이미 쓰고 있는 가계부를 버리고 새 체계를 세우는 건 대개 손해다. 유지되고 있는 시스템이 가장 좋은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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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velope Budget은 이 봉투들을 주머니에 넣어준다. 금액을 전부 배정하고, 쓸 때마다 기록하고, 실제로 얼마 남았는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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