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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와 대안

통장 쪼개기와 봉투, 무엇이 다른가

통장 쪼개기는 아무것도 적지 않아도 분리를 강제한다. 봉투는 그걸 못 한다. 반대로 봉투는 통장이 줄 수 없는 항목별 세부를 준다. 생활비 통장은 그 안에서 식비였는지 외식이었는지 말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둘 다 쓴다. 통장은 굵게 나누고, 생활비 통장 안에서 봉투로 잘게 나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카드값이 다음 달에 한꺼번에 빠지므로 그 몫을 받아둘 자리를 반드시 따로 만든다.

통장 쪼개기가 확실히 이기는 것

강제력이 진짜다. 이건 작은 장점이 아니다. 저축 통장에 있는 돈은 생활비 통장에 연결된 카드로 쓸 수 없다. 물리적으로 닿지 않기 때문이다. 의지가 개입할 여지가 없고, 분리를 유지하려고 무언가를 기록할 필요도 없다. 자는 동안에도 유지된다. 그래서 자기가 시스템을 유지하지 못할 걸 아는 사람에게는 가장 튼튼한 방법이다. 나쁜 한 달을 겪어도 구조가 그대로 남는다는 점도 크다. 봉투는 나 자신과의 약속이라서 손가락 한 번으로 조용히 깰 수 있다. 통장은 이체를 해야 하고, 이체는 의식적으로 내려야 하는 결정이다. 월급날 자동이체로 걸어두면 그 결정조차 매달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통장은 눈으로 확인하기 쉽다. 잔액 하나만 보면 이번 달에 얼마를 더 쓸 수 있는지가 나오고, 그 숫자는 내가 무엇을 적었느냐와 무관하게 항상 맞다. 기록을 놓친 주가 있어도 통장은 틀리지 않는다.

통장 쪼개기가 감당하지 못하는 것

항목이 늘 때마다 통장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세분화에 천장이 생긴다. 통장을 열두 개 만드는 사람은 없으니 현실에서는 서너 개에서 멈추고, 정작 문제가 생기는 잘게 나뉜 항목들은 끝내 분리되지 않는다. 이체는 시간이 걸리고, 달 중간에 급하게 조정해야 할 때 바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보고가 얇다. 생활비 통장은 잔액이 얼마 안 남았다고는 알려주지만, 그게 장을 봐서인지 외식을 해서인지 배달을 시켜서인지는 말해주지 못한다. 은행이 보기에는 전부 그냥 카드 결제이기 때문이다. 통장은 얼마 남았느냐에 답한다. 어디로 갔느냐에는 답하지 못한다. 그래서 통장만으로 관리하는 사람은 대개 같은 상태에 갇힌다. 매달 생활비가 부족한 건 아는데 어느 항목 때문인지는 모른다. 원인을 모르면 고칠 대상도 없어서 다음 달에도 같은 금액을 넣고 같은 결과를 본다. 통장을 하나 더 만든다고 이게 풀리지 않는다.

한국에서 통장 쪼개기가 새는 지점

쪼개기를 잘해두고도 매달 어긋나는 이유는 거의 항상 하나다. 이번 달에 카드로 쓴 돈이 다음 달 결제일에 생활비 통장에서 한 번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번 달 생활비 통장 잔액은 이번 달 소비가 아니라 지난달 소비를 반영한다. 그래서 잘 지킨 달의 다음 달에 통장이 비고, 못 지킨 달의 그다음 달에 다시 비어서 어느 달이 잘한 달인지 알 수 없게 된다. 할부가 걸려 있으면 어긋나는 폭이 더 길어진다. 해결은 통장을 하나 더 만드는 게 아니라 카드값 몫을 받아둘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카드로 쓸 때마다 그만큼을 카드대금 자리에 남겨두고, 결제일에는 거기서 나간다. 방법은 /guides/credit-card-billing-date-budget에 자세히 있다.

둘을 겹쳐 쓰는 법

통장은 굵게, 봉투는 잘게 쓴다. 통장은 두세 개면 대개 충분하다. 급여가 들어오는 통장에서 고정비가 빠져나가고, 정해진 금액이 생활비 통장으로 옮겨가고, 저축은 급여일에 자동이체로 따로 나간다. 이 한 번의 이동이 주거비와 보험료를 주말의 실수로부터 지켜주고, 자동이체로 걸어두면 유지에 의지가 들지 않는다. 그다음 생활비 통장 안에서, 강제가 아니라 진단이 필요한 항목 네다섯 개만 봉투로 만든다. 대부분은 식비, 외식과 배달, 그리고 각자 새는 항목 하나다. 그러면 지켜야 할 자리에는 강제력이 있고, 알아야 할 자리에는 세부가 있다. 항목마다 통장을 만들지 않고도 둘 다 갖는다. 봉투를 만들 때 고정비까지 전부 옮길 필요는 없다. 주거비, 관리비, 보험료, 통신비처럼 금액이 정해져 있고 자동으로 나가는 것은 급여 통장에 그대로 두고 목록으로만 관리한다. 봉투는 금액이 매달 달라지는 항목에서만 값을 한다. 결정을 내릴 여지가 없는 돈에 봉투를 붙이면 확인할 이유가 없어서 결국 안 보게 된다.

비상금과 비정기 지출은 어디에 두나

성격이 다르니 자리도 다르다. 비상금은 손이 닿지 않는 게 목적이니 통장이 낫다. 카드가 연결되지 않은 통장에 두고 이체를 한 단계 거치게 만든다. 그 마찰이 곧 기능이다. 비정기 지출은 다르다. 명절, 경조사비, 자동차 보험료, 연회비, 여행처럼 1년에 한두 번 나가는 돈은 항목이 여럿이고 매년 조금씩 바뀐다. 항목마다 통장을 만드는 사람은 없으니, 현실적인 방법은 통장 하나가 총액을 들고 있고 그 안의 분배는 봉투로 관리하는 것이다. 돈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고 배분은 매달 바꿀 수 있다. 명절처럼 금액이 큰 항목은 12분의 1씩 미리 채워둔다. 목록을 만들 때는 지난 1년 통장 내역을 훑는 게 가장 빠르다. 기억으로 적으면 매년 절반쯤 빠뜨린다. 다 적고 합친 뒤 열둘로 나눈 금액이 매달 그 통장으로 옮길 금액이고, 그 안의 분배는 봉투가 맡는다.

이번 달에 할 것

통장이 하나로 전부를 하고 있다면 가장 값어치 있는 다음 수는 앱이 아니라 두 번째 통장과 월급날 자동이체다. 그것부터 한다. 그다음 생활비 통장 안에서, 지금 설명하지 못하는 항목만 봉투로 만들고 나머지는 건드리지 않는다. 우리 앱의 봉투 잔액은 저장된 숫자가 아니라 기록한 거래에서 계산된 값이다. 그래서 봉투 이름을 바꾸거나 쪼개거나 지워도 기관 사이에 돈을 옮기거나 이체가 처리되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통장 구조는 고정해두고 봉투 구조만 매달 바꿀 수 있다는 뜻이고, 그게 맞는 분업이다. 통장은 움직이면 안 되는 것에, 봉투는 아직 파악 중인 것에 쓴다. 순서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통장 분리와 자동이체가 먼저고 봉투가 나중이다. 반대로 하면 매달 마지막에 남는 돈이 저축이 되고, 그 돈은 대개 남지 않는다. 통장이 먼저 떼어가고 나면 봉투는 남은 돈만 다루면 되니 계산도 단순해진다.

자주 묻는 질문

통장은 몇 개로 쪼개는 게 맞나요?

두 개가 일의 대부분을 한다. 급여가 들어오고 고정비가 빠져나가는 통장, 그리고 평소 쓰는 카드가 연결된 생활비 통장이다. 저축이나 비상금용으로 하나를 더 두는 것도 흔하고 합리적이다. 그 이상부터는 얻는 게 빠르게 줄어든다. 통장 하나가 늘 때마다 개설 절차와 이체 시차가 붙는데, 그렇게 얻는 분리는 봉투로 몇 초 만에 만들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통장을 만들고 싶어졌다면 그게 잘게 나뉜 항목은 봉투로 옮기라는 신호다.

통장 쪼개기를 하고 있는데 가계부가 또 필요한가요?

필요한 자리가 따로 있다. 통장 쪼개기는 생활비를 초과해서 쓰는 걸 막아주지만, 그 생활비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려주지 못한다. 그래서 매달 생활비가 모자라는데 이유를 못 찾는 상태가 계속된다. 이유를 알아야 고칠 수 있으니 생활비 통장 안쪽에 봉투가 붙는다. 반대로 통장을 전혀 안 쪼갠 채 봉투만 쓰면 저축이 매달 마지막에 남는 돈이 되어 사라진다. 둘은 서로 대체하는 게 아니라 다른 층을 맡는다.

통장 사이 이체도 지출로 적나요?

아니다. 우리 앱에서 봉투로 돈을 옮기는 건 채우기로 기록되고, 날짜와 금액이 있는 거래지만 지출로 취급하지 않는다. 통장 사이 이체도 성격이 같다. 돈의 위치가 바뀌었을 뿐 총액은 그대로다. 함정은 이중 계산이다. 한쪽에서 나갈 때 지출로 적고 다른 쪽에 들어올 때 수입으로 또 적으면 그달의 숫자가 전부 부풀거나 줄어든다. 이동은 채우기로 한 번만 적고, 지출은 실제로 가게나 회사로 돈이 나갈 때만 적는다.

비정기 지출마다 통장을 따로 만들어야 하나요?

그걸 계속 유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개설 절차만으로도 정작 필요한 항목에 닿기 전에 지친다. 차 수리비, 경조사비, 명절처럼 진짜 문제가 되는 항목들이 그렇다. 더 굴러가는 방식은 통장 하나가 총액을 들고 있고 그 안의 배분을 봉투로 관리하는 것이다. 돈은 손이 안 닿는 곳에 있고 배분은 유연하게 바뀐다. 통장을 진짜로 따로 만들 값어치가 있는 경우는 하나뿐이다. 반복해서 헐어 쓴 적이 있는 자금이다. 그때는 이체라는 마찰 자체가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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