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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와 대안

종이 가계부와 봉투 가계부 앱

손으로 쓰는 종이 가계부는 앱이 흉내 못 내는 걸 이긴다. 쓰는 행위 자체가 기억에 남고, 매년 새 가계부를 여는 의식이 실제로 즐겁고, 즐거우면 계속하게 된다. 대신 자동이체와 온라인 결제, 그리고 이번 달 카드 소비가 다음 달 결제일에 빠지는 시차는 종이로 따라가기 어렵고, 1년 합계를 손으로 더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보통은 갈아타는 게 아니라 나누는 게 답이다.

종이 가계부가 확실히 이기는 것

손으로 숫자를 적는 건 몸으로 하는 일이고, 몸으로 한 일은 화면을 한 번 두드린 것과 다르게 남는다. 한 장을 펼쳤을 때 이번 달 줄이 유난히 빽빽한 게 눈에 들어오는 것도 어떤 진행 막대도 못 만드는 신호다. 충전할 것도 없고, 어느 날 갑자기 화면 구성이 바뀌지도 않고, 광고도 없다. 그리고 새 가계부를 사서 첫 장을 여는 그 의식이 즐겁다. 이건 감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구조적인 이야기다. 사람은 즐거운 일을 계속하고, 매체가 무엇이든 모든 가계부를 죽이는 원인은 중간에 놓는 것이다. 월급날 가계부를 펴는 게 기다려지는 일이라면 그건 실제 자산이고, 우리가 그걸 말릴 이유는 없다.

종이가 못 따라가는 네 가지

네 가지고, 더 좋은 가계부를 사서 해결되는 종류가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다. 첫째, 자동이체와 구독료, 통신비처럼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빠져나가는 돈은 적기 전에 이미 나가 있다. 둘째, 온라인 주문과 간편결제는 결제와 기록 사이에 아무 마찰이 없어서 적히지 않은 채로 지나간다. 셋째, 이번 달에 카드로 쓴 돈은 다음 달 결제일에 한 번에 빠진다. 소비한 달과 통장에서 나간 달이 다르니 종이 위의 합계와 통장 잔액이 매달 어긋나고, 이게 한국에서 가계부를 접는 가장 흔한 이유다. 넷째, 1년치를 더하는 건 아무도 실제로 하지 않는 산수라서 작년 식비가 얼마였냐는 질문에는 답이 없다. 더 좋은 가계부를 사도 이 네 가지는 그대로 남는다. 종이가 잘못됐다는 뜻이 아니라 종이가 닿을 수 있는 지출의 범위가 예전보다 좁아졌다는 뜻이다. 내가 이미 통제하고 있는 지출만 담는 기록은 언제나 좋은 소식만 보고한다.

버리지 말고 역할을 나눈다

갈아타지 않는다. 나눈다. 손으로 쓰는 게 실제로 행동을 바꾸는 항목은 종이에 남긴다. 대부분은 식비와 외식, 그리고 개인 용돈이다. 여기서는 쓰는 마찰이 값을 한다. 나머지는 폰의 봉투로 옮긴다. 주거비, 보험료, 통신비, 관리비, 구독 서비스, 자동이체로 나가는 것 전부, 그리고 온라인으로 산 것 전부다. 그러면 종이 가계부에서 실제로 일하던 부분은 그대로 일하고, 조용히 비어 있던 부분만 대체된다. 여기에 하나 더 붙인다. 카드값이 빠져나가는 자리를 봉투 하나로 따로 만든다. 종이 쪽 합계가 통장과 안 맞던 이유가 대개 그 봉투가 없어서다. 선을 그을 때는 항목 단위로 긋고 거래 하나는 반드시 한쪽에만 적는다. 양쪽에 다 적기 시작하면 일이 두 배가 되고 서로 안 맞는 숫자가 두 벌 생긴다. 한 달 뒤에 어느 쪽이 실제로 일을 더 했는지 보고 그때 경계를 다시 긋는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나눌 필요는 없다.

가계부 뒷장의 칸들, 그대로 옮기면

종이 가계부는 보통 지출 기록만 있는 게 아니다. 색칠하는 저축 챌린지 칸은 목표 금액과 현재 금액이 있는 저축 목표가 되고, 칸을 칠하는 대신 채울 때마다 숫자가 움직이는 걸 본다. 자동차 보험료, 명절, 경조사비처럼 1년에 한두 번 나가는 돈을 적어두는 칸은 비정기 지출 봉투가 된다. 매달 12분의 1씩 채운다는 점에서 같은 발상이고, 산수를 대신 해줄 뿐이다. 납부일 체크 칸은 날짜가 붙은 봉투가 된다. 대출 상환 계획표는 종이에 그대로 둬도 된다. 상환 계획은 봉투가 아니라 일정표고, 폰으로 옮겨서 나아지는 게 없다. 옮길 것만 옮기고 나머지는 종이에 둔다. 옮겨서 좋아지는 건 하나뿐이다. 12분의 1을 매달 떼어놓는 계산이 자동으로 되고 그 봉투가 지금 얼마나 찼는지가 항상 보인다. 종이에서는 그 칸이 대개 연초에만 채워지고 여름쯤 잊힌다.

표지 안쪽에 붙여둔 사진

많은 가계부 첫 장에는 이걸 왜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진이 붙어 있다. 그 장은 장식이 아니라, 새것의 기분이 다 빠진 다섯 달째에 나머지 장이 계속 채워지게 만드는 이유다. 앱에서 그 자리를 맡는 게 비전 보드다. 목표에 이미지를 붙여두는 기능이고, 존재 이유도 똑같다. 숫자만 있는 목표는 그만두기 쉽고 사진이 붙은 목표는 덜 그렇다. 이건 홈 화면 위젯에도 올릴 수 있어서, 서랍 속 가계부보다 눈에 자주 들어온다. 폰이 종이보다 그냥 낫다고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리 중 하나다. 그렇다고 종이를 버리라는 말은 아니다. 표지 안쪽 사진이 이미 제 역할을 하고 있으면 그대로 둔다. 비전 보드가 값을 하는 건 목표가 여러 개일 때다. 목표마다 이미지와 목표 금액과 지금까지 모인 금액이 한 화면에 붙어 있으면 어느 목표가 실제로 움직이고 있는지가 한눈에 보인다.

이번 주에 할 한 가지

이번 주에 통장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것만 전부 적어본다. 구독 서비스, 보험료, 통신비, 관리비, 자동이체로 나가는 것 전부다. 합계를 내고 각각 폰의 봉투로 만든 다음, 실제로 빠져나가는 달의 급여에서 채운다. 종이에 쓰던 항목은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둔다. 이걸로 종이만으로는 구조적으로 볼 수 없던 구멍이 메워지는데, 쓰던 걸 포기하지도 않았고 은행에 갈 일도 없었다. 한 달 뒤에 폰 쪽이 종이 쪽보다 일을 많이 하고 있으면 그때 결정한다. 지금 결정하지 않고, 전부 한 번에 옮기지도 않는다. 목록을 만들 때는 통장 거래 내역을 지난 두세 달치까지 훑는다. 1년에 한 번만 빠지는 것들이 거기 숨어 있고 그게 매년 가계부를 흔드는 항목이다. 자동차 보험료, 연회비, 명절에 몰리는 지출이 대표적이다. 그런 건 매달 12분의 1씩 비정기 지출 봉투에 넣는다. 이번 주에 할 일은 이 목록을 만드는 것까지다.

자주 묻는 질문

손으로 쓰는 가계부가 앱보다 나은가요?

한 가지에서는 확실히 낫다. 쓰는 그 순간에 지출을 느끼게 만드는 것인데, 이건 어떤 디지털 방식도 재현하지 못한다. 손으로 적을 기회가 없는 돈에서는 전부 진다. 그리고 지금은 그쪽이 더 많다. 자동이체, 구독, 온라인 결제, 그리고 다음 달에 한 번에 빠지는 카드값이 다 그쪽이다. 종이가 잘 되다가 어긋나기 시작했다면 방법을 바꿀 게 아니라, 종이가 닿지 않는 항목만 다른 데로 옮기면 된다.

구독 서비스는 종이 가계부에 어떻게 적나요?

솔직한 답은 잘 안 적힌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종이 가계부는 구독료를 빼놓고 통장에서 조용히 빠져나가게 둔다. 기록되지 않는 지출이 쌓이는 자리가 정확히 거기다. 봉투를 따로 만들되 뭉뚱그린 한 줄이 아니라 항목별로 나열한다. 나열하는 이유가 그 목록을 읽고 하나를 해지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결제되는 달의 급여에서 그 봉투를 채운다. 잘 관리된 종이 가계부에서도 가장 흔하게 비어 있는 칸이 이것이다.

앱을 쓰려면 종이 가계부를 접어야 하나요?

아니고, 우리 때문에 접지 않았으면 한다. 권하는 방식은 손으로 적는 게 실제로 행동을 바꾸는 두 항목만 종이에 남기고, 자동이체와 온라인 결제와 카드값을 폰으로 옮기는 것이다. 둘을 같이 쓰는 게 문제가 되는 경우는 하나뿐이다. 같은 걸 양쪽에 다 적으려 할 때다. 일이 두 배가 되고 서로 안 맞는 숫자가 두 벌 생긴다. 항목으로 선을 긋고 거래 하나는 한쪽에만 적으면 맞춰볼 필요 자체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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