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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치 경조사비를 미리 모아두는 법
경조사비는 금액이 큰 게 문제가 아니라 통보가 늦게 온다는 게 문제다. 청첩장은 몇 주 전, 부고는 당일에 온다. 그래서 그달 생활비에서 꺼내게 되고 매번 예산이 틀어진다. 해법은 정해져 있다. 작년 계좌 이체 내역에서 경조사 이체만 골라 건수를 세고, 관계별로 본인이 정한 등급을 곱해 연 총액을 만든 뒤 12로 나눠 매달 경조사비 봉투에 넣는다. 연 총액은 예측 가능하고 시점만 불규칙하다면, 그건 정확히 비정기 지출 봉투가 존재하는 이유다.
예측 불가능한 건 금액이 아니라 시점이다
경조사비를 예산에 못 넣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못 넣는 건 날짜다. 20대 후반에서 30대라면 봄과 가을에 청첩장이 몰리고, 부고는 계절과 무관하게 아무 때나 온다. 하지만 1년을 통째로 놓고 보면 건수는 놀라울 만큼 안정적이다. 작년과 재작년이 비슷하고 내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즉 연 총액은 상당히 예측 가능한데 월별 분포만 들쭉날쭉한 것이다. 이런 지출을 다루는 방법은 정해져 있다. 연 총액을 12로 나눠 매달 미리 쌓아두고, 실제 청첩장이 오면 그 봉투에서 꺼낸다. 그달 생활비는 건드리지 않는다.
작년 내역에서 건수를 센다
추정하지 말고 세는 게 먼저다. 은행 앱에서 지난 12개월 이체 내역을 열고 경조사로 나간 이체만 골라낸다. 대개 사람 이름이나 결혼식장 이름으로 남아 있어서 찾기 어렵지 않다. 현금으로 낸 건은 기억을 더듬어야 하는데, 사진첩에서 그 시기 사진을 보면 대부분 떠오른다. 이렇게 나온 숫자가 본인의 연간 건수다. 여기에 올해 예정된 것을 더한다. 이미 알고 있는 결혼식, 돌잔치, 회갑이 있으면 미리 적어둔다. 건수를 손에 쥐고 나면 그다음 계산은 단순해진다. 남의 평균이 아니라 본인의 작년이 기준이 된다는 점이 이 방법의 전부다.
금액표 대신 관계별 등급을 직접 정한다
적정 축의금 금액을 알려주는 표는 여기 싣지 않는다. 지역과 나이대, 직장 문화, 상대와의 관계에 따라 크게 갈리는 숫자를 하나로 눌러놓으면 누군가에게는 무례하고 누군가에게는 과하다. 대신 본인 기준을 만든다. 관계를 세 등급 정도로 나눈다. 이름만 아는 직장 동료, 자주 보는 친구나 동료, 아주 가까운 사이. 등급마다 금액을 정한다. 참석 여부에 따라 다르게 할지도 미리 정해둔다. 한 번 정해두면 청첩장이 올 때마다 고민할 일이 없어지고, 무엇보다 예산 계산이 가능해진다. 등급별 금액 곱하기 등급별 예상 건수가 연 총액이다.
경조사비는 참석 비용까지가 총액이다
봉투에 넣는 금액만 세면 실제 지출의 절반쯤을 놓친다. 지방 결혼식이면 KTX나 고속버스 왕복, 때로는 숙박이 붙는다. 예식장 근처 주차비, 마땅한 옷이 없어 사는 정장이나 원피스, 미용실, 그리고 식이 끝난 뒤의 뒤풀이까지가 한 건의 실제 비용이다. 장례식은 여기에 시간과 이동의 급박함이 더해진다. 봉투 하나를 만들 때 이 부수 비용을 같은 봉투에 넣을지 교통비 봉투로 보낼지 미리 정한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정해두지 않으면 매번 다르게 처리되고, 그러면 이 봉투가 왜 계속 모자라는지 알 수 없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한 봉투에 몰아넣는 쪽이 총액이 정직하게 보인다.
봉투: 매달 채우고 몰리는 달에 꺼낸다
연 총액을 12로 나눈 금액을 매달 경조사비 봉투에 넣는다. 청첩장이 하나도 없는 달에도 넣는다. 그 달의 적립이 봄과 가을을 버티게 해주는 돈이기 때문이다. 이 봉투는 잔액이 쌓였다가 급격히 줄기를 반복하는 게 정상이다. 잔액이 많다고 다른 데 쓰면 성수기에 반드시 모자란다. 봉투 이름을 경조사비로 고정하고 메모에 등급별 금액을 적어두면 청첩장이 왔을 때 열어보기만 하면 된다. Envelope Budget은 계좌 연동 없이 직접 입력하는 앱이라 축의금처럼 현금으로 나가는 지출도 그 자리에서 기록된다. 계좌에 흔적이 안 남는 지출일수록 직접 찍어두는 값어치가 크다.
자주 묻는 질문
축의금은 얼마가 적당한가요?
정답을 알려주는 페이지를 찾고 있다면 여기서는 못 찾는다. 지역, 나이, 관계, 직장 문화에 따라 통용되는 선이 다르고, 평균값을 하나 적어놓으면 그게 곧 사회적 지시가 되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조언은 이것이다. 주변에서 본인과 비슷한 위치의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관계별로 두세 등급을 만들고, 그 등급을 본인이 감당 가능한 연 총액 안에서 정한다. 감당 못 할 등급을 정하면 결국 다음 달 카드값으로 넘어간다.
예상보다 청첩장이 많이 오면 어떻게 하나요?
봉투가 비면 그때가 결정하는 순간이다. 다른 봉투에서 옮겨오되, 어느 봉투에서 옮겼는지 기록한다. 대개 여가나 외식 봉투가 후보다. 저축 봉투는 마지막이다. 그리고 그해 총액을 다시 계산해 매달 적립액을 올린다. 한 해 건수가 예상보다 많았다면 다음 해도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참석과 봉투를 분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모든 초대에 같은 방식으로 응할 의무는 없고, 그 판단은 예산이 아니라 관계가 정한다.
부의금은 미리 예산에 넣을 수 있나요?
개별 건은 못 넣는다. 연 단위로는 넣을 수 있다. 작년 한 해 부의금으로 나간 건수를 세보면 대개 0이 아니고, 여러 해를 놓고 보면 대략의 범위가 나온다. 축의금과 같은 봉투에 넣어두면 된다. 부고는 준비 시간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미리 쌓아둔 잔액이 가장 크게 작동하는 항목이다. 당일 밤에 계좌 잔액을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만드는 게 목적이다.
이 예산을 폰에서 굴리기
Envelope Budget은 이 봉투들을 주머니에 넣어준다. 금액을 전부 배정하고, 쓸 때마다 기록하고, 실제로 얼마 남았는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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