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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관리법

제로베이스 예산: 돈마다 할 일을 배정하는 법

제로베이스 예산은 실제로 받은 실수령 전액에 구체적인 쓸 곳을 배정해서 미배정 금액이 정확히 0이 되게 하는 방식이다. 저축은 남은 돈이 아니라 배정 항목 중 하나다. 손에 있는 돈에서 출발하고, 의무를 여가보다 먼저 적고, 0까지 배정하고, 현실이 바뀌면 다시 배정한다. 여기서 0은 다 썼다는 뜻이 아니라 계획이 끝났다는 완료 신호다.

제로베이스가 실제로 뜻하는 것

제로베이스 예산이란 계획을 마쳤을 때 아직 쓸 곳이 정해지지 않은 금액이 정확히 0으로 읽힌다는 뜻이다. 모든 돈에 구체적인 할 일이 배정됐기 때문이다. 주거비도 할 일이다. 식비도 할 일이다. 비상금도 할 일이다. 이름은 기업 재무에서 왔다. 부서가 작년 숫자를 조정하는 대신 매 주기 백지에서 예산을 다시 세우는 방식인데, 가계 버전도 같은 생각을 이어받는다. 지금 사실인 것에 근거해서 돈이 갈 곳을 처음부터 정한다. 마지막의 0은 계획이 끝났다고 알려주는 완료 신호다. 돈을 다 썼다는 뜻이 아니고, 저축으로 배정된 돈도 완전히 배정된 돈이다. 이 오해가 이 방법에 대한 거부감의 대부분을 만든다. 통장이 비는 방법이 아니라, 통장에 있는 돈 중 이름 없는 돈이 없어지는 방법이다.

순서대로 밟는 단계

기대하는 금액이 아니라 실제로 받은 실수령에서 출발한다. 그 숫자를 맨 위에 적는다. 의무부터 나열한다. 다음 월급 전에 납부일이 오는 고지서와 최소 상환액이다. 한국이라면 여기에 결제일에 빠져나갈 카드대금이 반드시 들어간다. 지난달에 쓴 돈이지만 통장에서는 이번 달에 나가기 때문이다. 그다음 변동 필수 지출을 적는다. 주로 식비와 교통비다. 그다음 저축과 목표를 남은 돈이 아니라 하나의 항목으로 배정한다. 명절, 경조사비처럼 이번 달은 아니어도 곧 오는 것들의 열두 번째 조각도 여기서 배정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걸 여가 항목에 배정해서 미배정이 0이 되게 한다. 항목이 끝나기 전에 돈이 먼저 떨어졌다면 그건 예산이 사실을 말해준 것이고, 해법은 어떻게든 되겠지가 아니라 계획된 금액 하나를 줄이는 것이다.

사람들이 틀리는 두 지점

첫째, 아직 들어오지 않은 돈을 배정하는 것이다. 상여나 성과급처럼 시점이 확실하지 않은 돈을 미리 배정하면 계획의 일부가 예측이 되고, 예측은 어긋난다. 손에 있는 돈을 배정하고 다음 입금이 들어오면 다시 배정한다. 둘째, 저축을 그 달에 살아남은 나머지로 취급하는 것이다. 저축이 나머지라면 그건 할 일이 아니고, 그 예산은 제로베이스가 아니라 낙관적인 각주가 달린 지출 계획이다. 저축은 여가 항목보다 먼저 배정하고 고지서와 똑같이 다룬다. 단계를 다 따랐는데도 월말에 어리둥절한 경우는 대부분 이 둘 중 하나다. 세 번째로 흔한 건 아니지만 한국에서 자주 보이는 실수가 하나 더 있다. 카드로 쓴 돈을 배정에서 빼먹는 것. 그러면 이번 달은 완벽하게 맞고 다음 달이 무너진다.

누구에게 안 맞나

수입이 불규칙한데 굳이 달력의 달 단위로 배정하려는 사람에게는 안 맞는다. 돈이 예측 불가능하게 들어올 때 한 달은 잘못된 단위다. 해법은 방법을 버리는 게 아니라 도착할 때마다 배정하는 것이다. 매달 1일에 스프레드시트에 배분해놓고 다시는 열지 않는 사람에게도 안 맞는다. 배정은 계획이고, 들여다보지 않는 계획은 그냥 문서다. 유지 비용이 적기를 바라는 사람에게도 안 맞는다. 이 목록에서 가장 품이 많이 드는 방법이고 그 차이가 뚜렷하다. 입금이 있을 때마다 계획 시간이 생긴다. 그게 부담스럽게 들린다면, 버리게 될 제로베이스보다 퍼센트 배분이 낫다. 완벽한 방법을 3주 하는 것보다 거친 방법을 1년 하는 쪽이 언제나 더 많은 돈을 남긴다.

배정은 채움이고, 봉투는 집행이다

제로베이스 예산과 봉투 가계부가 경쟁하는 대신 맞물리는 지점이 여기다. 배정 단계가 채움이다. 이번 주기에 식비로 52만원이 간다고 정하는 일. 봉투는 집행이다. 기록할 때마다 줄어들고 마트 계산대 앞에서 내 눈앞에 0이 되는 잔액. 봉투가 없으면 배정은 나를 멈춰 세울 수 없는 스프레드시트 안에 남는다. 배정이 없으면 봉투에는 누군가 대충 짐작한 숫자가 들어간다. 그래서 두 개념을 대안으로 놓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하나는 얼마인지를 정하고, 다른 하나는 그 얼마를 지키게 만든다. 내 예산이 실제로 굴러가는지 알려주는 시험은 하나다. 미배정 금액이 한 번도 진짜로 0에 닿지 않는다면 아직 제로베이스가 아니다. 실제로 이 둘을 같이 쓰는 사람은 월급날 30분과 하루 몇 초를 낸다. 30분은 배정에, 몇 초는 집행에 쓰인다. 어느 한쪽만 하면 그 30분이나 그 몇 초가 통째로 낭비된다.

오늘 바꿀 봉투 하나

지금 통장에 있는 실수령을 한 자리에서 전부 배정한다. 미배정이 0이 될 때까지. 의무가 먼저, 저축은 나머지가 아니라 항목으로, 여가는 마지막. 그다음 각 배정마다 봉투를 만들어서 그 숫자가 희망이 아니라 집행 가능한 것이 되게 하고, 쓰고 나서가 아니라 쓰기 전에 해당 봉투를 본다. 첫 회차는 한 시간쯤 걸릴 수 있다. 고지서 금액을 모으는 시간이 대부분이고, 그건 한 번만 내면 되는 비용이다. 우리 iOS 앱 Envelope Budget에서는 채움이 곧 배정이고, 봉투 잔액이 홈 화면과 잠금 화면 위젯에 뜨기 때문에 앱을 열지 않아도 계획이 보인다. 라이브 액티비티로 진행 중인 잔액을 잠금 화면에 띄워둘 수도 있다. 종이도 된다. 다만 돈을 쓸 때 그 종이가 내 손에 있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제로베이스 예산은 돈을 다 쓰라는 뜻인가요?

아니다. 모든 돈에 쓸 곳이 배정되어 있다는 뜻이고, 저축도 그 배정 중 하나다. 60만원이 비상금으로, 20만원이 자동차 수리비로 간 예산은 80만원을 쓰지 않았어도 완전한 제로베이스다. 헷갈림은 0이라는 단어에서 온다. 그 0은 통장 잔액이 아니라 미배정 금액을 가리킨다. 오히려 이 방법은 저축을 늘리는 쪽으로 작동하는데, 저축을 이른 시점에 항목으로 배정해두면 그게 조용히 나머지로 전락하기가 훨씬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수입이 불규칙하면 제로베이스를 어떻게 하나요?

달력이 아니라 도착 시점에 배정한다. 돈이 들어오는 그 순간이 계획 시점이다. 다음 입금이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시점까지의 의무를 먼저 덮고, 필수를 채우고, 나머지를 배정한다. 좋은 달에는 잉여를 마른 달을 덮기 위한 예비비 봉투에 배정하고, 그 예비비를 남는 돈이 아니라 진짜 배정으로 취급한다. 방법 자체는 불규칙 수입을 잘 다룬다. 잘 못 다루는 건 달 초에 한 달치를 통째로 짜는 습관 쪽이다.

제로베이스 예산과 봉투 가계부는 뭐가 다른가요?

제로베이스는 배분 규칙이다. 미배정이 0이 될 때까지 모든 돈에 할 일을 준다. 봉투 가계부는 집행 장치다. 항목마다 잔액이 있고, 쓸수록 줄어들고, 0에서 나를 멈춘다. 둘은 대안이 아니라 보완이고, 어느 한쪽을 진지하게 굴리는 사람은 대개 둘 다 하게 된다. 분리해보면 실질적인 차이가 보인다. 봉투 없는 배정은 아무도 확인하지 않는 계획이고, 배정 없는 봉투는 누군가 짐작한 숫자다.

제로베이스 예산은 매달 시간이 얼마나 드나요?

첫 회차가 길다. 고지서 금액을 모으고, 그동안 피해온 숫자와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다음부터는 대부분 지난번 것을 조정하는 작업이다. 의무는 주기마다 크게 바뀌지 않는다. 반복 비용은 입금마다 한 번의 계획 시간에 쓸 때마다의 기록을 더한 정도다. 퍼센트 배분보다 확실히 품이 더 들고, 그게 가시성에 대한 정당한 대가다. 전에 그만둔 이유가 바로 그 품이었다면, 이걸 고르고 멈추는 대신 더 단순한 방법을 의도적으로 고르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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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velope Budget은 이 봉투들을 주머니에 넣어준다. 금액을 전부 배정하고, 쓸 때마다 기록하고, 실제로 얼마 남았는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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