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원권 모으기, 그리고 현금을 거의 안 쓸 때의 대안
규칙은 한 줄이다. 지갑에 들어온 오천원권은 쓰지 않고 따로 뺀다. 정해진 총액은 없다. 현금을 얼마나 만지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대신 빈도로 계산한다. 주에 한 장이면 1년에 26만 원, 두 장이면 52만 원, 네 장이면 104만 원이다. 현금을 거의 안 쓴다면 오천원권을 받았을 상황마다 5000원을 저축 봉투로 옮기는 방식으로 그대로 옮겨 쓸 수 있다.
규칙과 총액이 없는 이유
규칙은 한 줄로 끝난다. 오천원권이 지갑에 들어오면 그날 안에 따로 빼서 저금통이나 봉투에 넣고 다시 쓰지 않는다. 다른 챌린지와 달리 여기에는 표도 일정도 목표 총액도 없다. 총액이 내 결정이 아니라 거스름돈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현금을 자주 쓰는 사람은 1년에 백만 원 넘게 모이기도 하고, 카드와 간편결제만 쓰는 사람은 한 장도 안 들어온다. 이 무규칙성이 단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형식의 장점이기도 하다. 매달 얼마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없고, 안 들어온 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부담이 0인 챌린지는 그만둘 일도 없다. 다만 총액을 미리 알고 싶다면 계산 방식을 바꿔야 한다. 그래서 이 형식은 다른 챌린지를 대체하기보다 그 위에 얹는 층으로 쓸 때 제일 잘 맞는다.
내 총액은 빈도로 계산한다
금액이 아니라 빈도를 세면 예상 총액이 나온다. 오천원권이 지갑에 들어오는 횟수를 2주만 세어보면 대략적인 주당 빈도를 알 수 있다. 주에 한 장이면 1년에 52장, 26만 원이다. 두 장이면 52만 원, 세 장이면 78만 원, 네 장이면 104만 원이다. 이 계산이 유용한 이유는 목표 봉투에 목표 금액을 걸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총액을 모르면 진행률이 안 보이고, 진행률이 안 보이면 넉 달쯤 뒤에 잊는다. 세어본 빈도가 주 1회 미만이라면 이 챌린지는 나에게 안 맞는 형식이고, 아래의 카드 버전으로 바꾸는 편이 낫다. 억지로 현금을 만들어 쓰면서 유지할 이유는 없다. 빈도는 계절에 따라 바뀌기도 하니 석 달쯤 지난 뒤에 한 번 다시 세어보고 목표 금액을 손보면 된다.
현금을 거의 안 만질 때의 버전
카드와 간편결제로 대부분을 결제하는 사람이라면 원래 형식은 그대로는 작동하지 않는다. 규칙을 지폐가 아니라 상황에 건다. 예전 같으면 오천원권을 받았을 만한 장면을 정해두고, 그 장면이 나올 때마다 5000원을 저축 봉투로 옮기는 것이다. 예를 들면 커피를 사려다 참았을 때, 편의점에서 뭔가를 집었다가 내려놓았을 때, 배달을 시키려다 집에서 해결했을 때. 규칙의 형태는 같다. 정해진 일이 일어나면 정해진 금액이 이동한다. 이 버전은 원래 형식보다 오히려 낫다는 평도 있는데, 절약한 순간과 저축한 순간이 붙어 있어서 그렇다. 다만 트리거를 세 개 이하로 정해두어야 한다. 많아지면 규칙이 아니라 판단이 된다. 트리거는 내가 실제로 자주 마주치는 장면으로 고른다. 1년에 몇 번 없는 상황을 규칙으로 삼으면 봉투가 비어 있는 채로 끝난다.
수입이 들쭉날쭉할 때 잘 맞는 이유
매달 정해진 금액을 넣어야 하는 챌린지는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사람에게 가혹하다. 좋은 달에는 쉽고 나쁜 달에는 다른 봉투를 갉아먹게 되며, 그러다 두 달 연속 못 넣으면 대개 그만둔다. 오천원권 방식은 구조가 다르다. 넣는 양이 내 활동량에 자동으로 연동된다. 현금을 많이 만진 달에는 많이 모이고, 지출이 적었던 달에는 적게 모인다. 실패라는 상태가 존재하지 않는 형식이라서, 프리랜서나 자영업처럼 월마다 입금이 달라지는 사람에게 특히 잘 붙는다. 대신 이 챌린지 하나만으로 목표를 채우려 하면 안 된다. 예측 가능한 저축은 따로 두고, 이건 그 위에 얹는 층으로 쓰는 게 맞다. 적게 모인 달을 실패로 기록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이 형식에는 목표 진도라는 개념이 없고, 있는 건 누적 금액뿐이다.
봉투 구성
저금통에 지폐를 넣더라도 앱에는 봉투를 하나 만들어 같은 금액을 기록한다. 그러지 않으면 저금통 안의 돈은 예산 밖에 존재하게 되고, 예산 밖의 돈은 급할 때 가장 먼저 손이 간다. 목표 금액은 앞에서 계산한 빈도 기준 예상 총액으로 걸어둔다. 카드 버전이라면 트리거가 발생할 때마다 5000원을 채우기로 기록하고, 실제 이체는 월말에 그달 합계를 한 번에 옮기면 된다. Envelope Budget은 은행 연동 없이 직접 입력하는 앱이라 이런 규칙 기반의 저축을 그대로 옮겨 담기 좋다. 자동으로 잡히지 않는 대신 내가 정한 규칙이 그대로 기록으로 남고, 위젯에서 그 봉투가 얼마나 찼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보인다. 지폐를 실제로 모으는 경우에는 월말에 한 번 세어보고 앱의 봉투 금액과 맞춰두면 어긋나지 않는다.
자주 묻는 질문
오천원권 모으기로 얼마나 모을 수 있나?
사람마다 다르고, 그래서 남의 총액을 기준으로 잡으면 안 된다. 내 빈도로 계산한다. 2주 동안 오천원권이 지갑에 몇 번 들어오는지 세고 그걸 주 단위로 환산한다. 주 1회면 1년에 26만 원, 2회면 52만 원, 4회면 104만 원이다. 세어봤더니 거의 안 들어온다면 이 형식은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이고, 상황을 트리거로 삼는 카드 버전으로 바꾸면 된다.
일부러 오천원권으로 바꿔달라고 해야 하나?
권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저축액을 내가 정하는 셈인데, 그럴 거면 처음부터 정액을 이체하는 편이 간단하다. 이 챌린지의 장점은 결정을 안 해도 된다는 데 있다. 들어오면 넣고 안 들어오면 아무 일도 없다. 억지로 만들어내기 시작하면 부담이 생기고, 부담이 생기는 순간 이 형식의 유일한 장점이 사라진다. 더 모으고 싶으면 트리거를 하나 추가하는 쪽이 낫다.
규칙을 어기고 써버리면 어떻게 하나?
아무 일도 아니다. 다음에 들어온 것부터 다시 넣으면 된다. 이 챌린지에는 연속 기록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어긴 것이 구조를 망가뜨리지 않는다. 다만 자주 쓰게 된다면 보관 방식을 바꾼다. 지갑 안이 아니라 집에 있는 통이나 봉투로, 그것도 손이 잘 안 가는 곳으로 옮긴다. 마찰을 조금 늘리는 것만으로 대부분 해결된다. 저금통을 뜯어야 꺼낼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도 오래된 방법이지만 여전히 잘 작동한다.
전부 카드로 결제하는데 이 챌린지가 되나?
형태를 바꾸면 된다. 지폐 대신 상황을 규칙으로 삼는다. 커피를 참았을 때, 배달 대신 집에서 먹었을 때처럼 미리 정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5000원을 저축 봉투로 옮긴다. 트리거는 세 개 이하로 정하고, 실제 이체는 월말에 합계로 한 번 하면 관리가 간단하다. 이 버전은 절약한 순간과 저축한 순간이 붙어 있어서, 원래 형식보다 오히려 동기가 더 잘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 예산을 폰에서 굴리기
Envelope Budget은 이 봉투들을 주머니에 넣어준다. 금액을 전부 배정하고, 쓸 때마다 기록하고, 실제로 얼마 남았는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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